다시, 물레방아 (The Re-examined Watermill)
DDP에서 열린 198X 전시에 수퍼루키파트로 참여하였습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는 급격한 근대화의 파도 속에서 스스로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려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시간, '우리 것'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던 경계에 섭니다. 우리는 서구의 시선과 산업혁명의 논리 속에서 흐릿하게 가려져 있던 한국적 정체성의 한 단면을 재조명합니다.
그 중심에는 '물레방아'가 있습니다. 서양의 방앗간(Mill)이 자본, 기계화, 그리고 산업 공장의 원형이라는 선명한 근대적 상징으로 발전했을 때, 한국의 물레방앗간은 그 길을 비껴갔습니다. 그것은 마르크스가 논했던 생산력의 현장이 아니라, 인적이 끊긴 후미진 곳에 자리했습니다. 밀회(密會)의 장소로 이용되었고, 예로부터 현실에서 떨어진 수레바퀴처럼 비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상징했습니다.
밀가루를 반드시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서구의 '밀 문화'와 달리,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쌀 문화' 속에서 물레방아는 산업의 중추가 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 비(非)산업적인 위치가 한국 문화 속의 물레방아를 기계화의 선구자가 아닌, 낭만과 휴식, 그리고 비일상의 정서가 담긴 독특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월간 디자인>이 1980년대에 시도했던 이어령 선생님의 아카이빙을 바탕으로, 이 '낭만'을 물레방아로 다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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